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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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료 안나, 지금은 내 친구
내 동료, 안나, 지금은 내 친구
안나를 만난 건 내 나이 서른, 안나는 당시 스물 두 살이었고 예뻐도 너무 예뻤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마흔넷, 서른일곱, 함께 일한 시간도 꽤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학교에서, 안나는 백화점에서 근무했고, 우리는 서로 다른 직장에서 배운 경험들을 쉬즈성형외과에서 양껏 드러냈다. 그렇게 함께 한지 8년째다.
그러고 보면 병원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즈음, 우리는 함께 했다. 안나는 상담팀에서, 나는 에디터팀에서 병원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성형외과라서 시술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시술결과만 가지고 안 되는 것이 성형외과이기도 하다. 김경호 원장님은 당시 개원가에 맞지 않은 분이셨다. 고객에게 과장을 할 줄도 모르고, 개업 의사다운 노련함도 없으셨다. 여자들이 원하는 말을 이해 못하는 분이었다.
하지만 매번의 시술에 최선을 다했고, 고객을 벌이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점이 안나와 내가 원장님을 보스로 모시고 일하기에 충분한 이유였던 것 같다. 안나는 상담에서 원장님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했고, 나는 온라인에서 원장님의 스타일을 잘 표현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만큼 호흡이 잘 맞는 동료도 없을 것 같다.
안나의 가장 큰 강점은 놀라운 ‘경청’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낸다. 동요하는 경우도 없고 불합리한 질문에 난색을 표하지도 않는다. 안나의 차분한 태도는 상담팀의 귀감이 되었고, 어린 직원들의 큰 언니 역할에도 손색이 없었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안나는 상담실장으로, 그리고 조직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성장했다. 내가 바깥 홍보를 맡았다면 안나는 병원 내부 살림을 맡은 셈이다.
물론 우리가 함께 한 지난 시간 동안,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만 우리 속을 까맣게 태우는 직원들이 상당했다. 믿고 믿은 동생 같은 직원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 적도 있었고,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가장 어려운 순간에 떼를 지어 나간 직원도 있었다. 그때 안나가 서럽게 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안나가 그렇게 서럽게 우는 것은 처음 봤다. 병원을 이전하면서 사기꾼을 만나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었고, 서슬이 시퍼런 국세청 조사를 한 달이상 함께 받아내기도 했다.
쉽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직장 동료의 관계를 넘어서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미래를 고민하고, 비밀도 나눈다. 신을 찾는 방법은 다르지만 신을 믿고 따르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도에 대한 응답을 서로의 입을 통해 듣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안나가 흔들리고 있다. 성형외과 매니저로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상황적인 요인으로 이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같다. 아이가 있는 30대 여자들에게 여지없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아이 셋, 사업가의 아내, 오랜 직장생활에서 오는 피곤함, 이 모든 것들이 안나를 짓누른다.
지금 지나고 있는 안나의 어려움을 겪은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인 피로였다. 밤새 아픈 아이를 두고 시간을 맞춰 출근할 때의 고달픔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늘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고, 30대 남편은 이런 고달픔을 공유하기에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랜 학교생활을 통해, 인간들의 속성과 비정한 인간들을 인내하는 법, 그리고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가정에서 살림만 하고서는 알 수 없는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안나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지금의 육체적인 고달픔,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산만함이 나를 복잡하게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거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아이들이 엄마의 그늘을 떠나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어린 엄마들에게는 그 시간의 끝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안나에게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과, 일이 있어서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또 열심히 일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귀감이 되는지도 말해주고 싶다.
혼란스러워하는 안나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 말로 마음을 전달하기 힘들어서 글로 정리해보았다. 안나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이제는 친구로서 안나의 선택을 지지한다. 쉬어가든, 계속가든 안나의 멋진 능력이 잠식되지 않도록 안나가 스스로를 각별히 인정해주었으면 좋겠고, 내가 동료로 지내는 내내, 안나의 능력을 몹시 부러워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또 동료로 지내 온 지난 시간과, 앞으로 친구로 보낼 시간들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안나가 기억해주길 바란다.
Editor_
* 업데이트 : 2013.12.16












